리모델링 업자가... 저승으로 도망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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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7개월쯤 되었습니다.

저는 지방에 30년 정도된 아파트가 두채 있었습니다.

투자용이었고 나중에 세컨 하우스로 쓸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낡아 그대로는 쓸 수가 없을 뿐더러 저도 바빠서 내려갈 시간이 없어 리모델링을 해서 월세나 전세를 주자 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메이커 브랜드의 인테리어는 4000만원 정도를 이야기 해서 접었습니다.

그래서 여차저차 숨고에서 구했는데,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15평 남짓한 아파트가 2300만원(부가세 포함)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분이 신뢰가 갔습니다. 처음에 제가 살고 있는 곳까지 오셔서 자신이 하고있는 공사를 보여주고, 자신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모든 설명을 들은 저는 그분과 함께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루에 한번씩 빠지지 않고 일일이 저에게 사진과 문자로 어디까지 진행되었는지, 그래서 얼마나 걸릴 것인지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첫번째 집이 잘 끝났습니다. 옆집에서 오셔서 여기가 이렇게 좋은 집이 될 줄 몰랐다. 얼마나 드냐고 리모델링 업자에게 계속 물어보셨다는 군요. 뿌듯했습니다. 월세도 조금 비싸게 불렀는데도 잘 나갔습니다.

문제는 두번째 집입니다.

12평 남짓한 집인데, 저는 그분과 또 계약을 하려 준비 하였습니다.

집 앞 까페에 그분이 오셔서 말씀하시더군요. "제가 집을 산게 있는데, 저도 사장님처럼 리모델링을 해서 부가적인 수익을 내고 싶습니다." 라고요.

저는 흔쾌히 동의하였습니다. 잘 생각했다고, 리모델링 사장님께서 하시면 인건비가 안드니 조만간 큰돈 만지실거라고요.

문제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그분이 집을 완전히 산게 아니라 계약금만 넣고, 자신이 돈을 빌려서 잔금을 준비하는데,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12평 집을 약 1800만원에 해주겠다는 겁니다. 자신의 인건비 400정도를 빼고요(12평 집이 우풍 및 습기 등 손댈데가 많아 견적이 많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아내에게 말하면 해결 되겠지만, 자신의 아내가 모르게 하고 싶다고요.

그래서 저는 고민하였지만, 그분이 첫번째 집에서 보여주었던 신뢰를 믿고 공증사무소에서 받고 일시불로 입금해드렸습니다.(인테리어 계약은 공증을 받을 수는 있지만, 약간 다릅니다. 앞면에 공증이라고 쓰여진게 아니라, 인증서로 쓰여집니다. 돈을 빌리는게 아니고 인테리어 같은 경우 중도에 그만 둘 경우에는 금액 산정이 애매하잖아요? 1000만원 주고 90% 완공하고 그만뒀는데, 완공안했다고 1000만원 강제집행 하면 안되니까요. 그래서 인증서밖에 안되더라고요.)

그분은 감사하다고 하며, 약 2개월의 공사기간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첫번째 집도 2주정도 걸린다고 하였는데, 3개월 걸려서 별로 신경 안썼습니다.)

그런데 문자가 계속 준비중이다. 오늘은 날씨가 나빠서 못갔다. 라는 이야기만 하시는 겁니다.

그러다가 전화가 와서는 "이때까지 계속 질질 끌어서 죄송했습니다. 오늘부터 공사를 시작하겠습니다."라고 해서 저도 "괜찮습니다. 일 없으실때 천천히 하세요."라고 했습니다. 제가 부자는 아니지만, 그 돈 없어서 못먹고 못사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인테리어 업자분들을 닥달해봤자 저만 맘 상하지 그분들의 작업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다음 날 그분의 전화기가 끊겼습니다.

저는 일주일동안 한번씩 그분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일주일 동안 전화기가 끊겨 있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제가 카톡을 보냈습니다.

1주일동안 답이 없습니다.

저는 반차를 내고 인증서에 적혀있는 그분 회사에 찾아갔습니다.

제가 실수한게 그분 회사라도 한번 가보았어야 하는건데...

그분 회사가 아니라 가정 집이더라고요.

그리고 문을 두드려 봅니다.

대답이 없습니다.

다시 문을 두드려 봅니다.

안에서 "누구신교"라고 작게 소리가 들립니다.

제가 "안녕하세요, 혹시 여기가 OOO씨 집이 맞나요?" 라고 했습니다.

"~~~"

"예?"

"문열고 들어오라고요"

제가 문을 여니 80대 할머니 한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할머니 혹시 OOO씨 모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니 할머니가 "들어와서 이야기 하세요"라고 합니다.

거실에 소파가 있어 할머니와 거기에 앉았습니다.

제가 재차 물었습니다. "할머니 혹시 여기 OOO씨 집 아니에요?"

할머니가 말합니다. "죽었어"

저 : "예?"

할머니 : "내 아들인데 죽었다고"

제가 할머니에게 들은 사정은 이러했습니다. 그분이 사실은 인테리어 업자로써 리모델링 할때 다른 분들을 썼습니다.(타일공, 샷시 상하차 시키는 사람 등등)

그런데 돈을 못받았는지 몇달 전부터 사람들이 찾아와서 집에 불을 지른다니 협박을 했답니다.

그리고 딱 2주전 그 리모델링 사장님은 제 집에 청소라도 하러 가겠다고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나섰답니다.

그게 할머니 기억속에 남은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몇일 뒤 형사들이 와서 할머니에게 그의 행적을 묻고 그가 죽었다고 통보하고 갔다고 하더군요.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습니다. 할머니는 그의 장례식이 이미 치루어졌고, 자신은 가보지도 못했다고 한탄하셨습니다.

아마도 가족들이 알아서 장례식을 치른것 같더군요.

알고보니 자식도 있고 아내도 있지만, 이혼한지 10년은 되었고 이미 남남처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에게도 연락을 하지 않으시는거 같더군요.

저는 착잡한 마음으로 일전에 해외에서 인테리어 업을 크게 하시다가 이제는 그만두시고 임대업 하고 계시는 형님한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였습니다. 그분은 "야, 걔는 왜 너한테 피해를 주고 그렇게 가냐?"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야, 그 사장 아마 엄청 시달렸을거야, 그런 인테리어 쪽 일하는 애들 몇십만원 안준걸로 사람 엄청나게 못살게 굴어"라고 하더군요.

뭐, 어쩌겠습니까. 일단 손해를 본건 손해를 보았습니다만, 할머니 혼자서 계시는 통에 제가 이걸 그냥 갈수가 없더군요.

시골이라 차를 타고 한 3km 정도 가니 순대국밥집이 보입니다.

제가 부탁했습니다. "사장님, 혹시 한 3km 쯤 되는 집에 순대국밥 하루에 2끼라도 보내주실수 있어요? 제가 일시불로 돈드릴게요." 사장님이 그런건 안된다는군요. 한참 부탁 실랑이를 하다가 도저히 안되서 그냥 "그러면 순대국밥 하나만 포장해주세요 제가 좀있다 찾으러 올게요." 라고 말한뒤 저는 바로 농협하나로마트를 찾아갔습니다. 시골이라 있는게 그것밖에 없을것 같아서요.

농협 하나로 마트에 도착하여 뭐가 좋을지 보니, 요즘 비비고 곰탕? 맞을겁니다. 그게 하나에 1000원정도 하더라고요. 그거를 낱개로 한 10개정도 사고 한박스 더 없는지 물어서 한박스 더 샀습니다.

그리고 쌀도 10kg짜리 하나 사고요. 그리고 ATM기에서 30만원을 뽑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돌아가는 중에 순대국밥 찾아서 그 집으로 갔습니다.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니 할머니가 "아니 간줄 알았는데 왜 왔어."라고 합니다.

"할머니, 밥 안드셨죠? 제가 이거 가져왔으니까 드세요."

"아이고..." 할머니 눈시울이 붉어지셨습니다.

제가 "할머니 돌봐줄 분은 누가 계세요?" 물었습니다.

할머니가 "이전에 한명 있었는데, 아들이 3주전에 바꿨어" 라고 합니다.(저도 요양사인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무튼 하루에 한번씩 오는 분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제가 "그럼 할머니, 이거 제가 사왔는데 전자렌지 넣고 돌려서 드시면 되니까 이거 하나씩 드세요."라고 하며 쌀이랑 곰탕 팩 박스를 가져왔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아니 쌀은 나라에서 계속 줘서 많어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한사코 꼭 드시라고 하고 할머니에게 20만원을 쥐어드렸어요.

그리고 혹시나 무슨 일이 있으시면 저에게 연락달라고 하면서 전화기에 제 전화번호를 저장해드릴려고 하는데,

1번에 아들이 저장되어 있는데, 아들을 지우고 저를 넣으라고 하더군요... 저는 차마 그렇게 할 수 가 없었습니다.

전화기에 저장되 있는 번호는 11개 남짓,..

그래서 저는 12번에 저장해둘테니 1을 한번 누르지 마시고 1을 누르고 2를 누른뒤 통화하면 바로 저에게 전화가 간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두번 설명드리고 저도 집까지 다시 먼 길을 떠나야 하기에


계속 고맙다고 하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제가 30만원 뽑고 10만원을 안드린 이유가 옆집에 사람들이 살고 있던것을 보아서 그분들에게 부탁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분들께 인사를 드리고 자초지종을 간략하게 설명한 뒤, "혹시 무슨일이 생기면 저한테 전화를 줄 수 있냐, 먼저 10만원 드리고 연락주시면 사례는 해드리겠다"라고 했습니다.

그분들은 절대 그 돈은 받을 수 없다면서, 자신들도 이 집을 팔고 다른데로 갈 예정이라고 하더군요. 원래부터 세컨하우스랍디다. 그래서 제가 "그럼 그냥 제 번호만 드릴테니,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저 집에 안부만 물어주실수는 없겠냐"고 말씀드리니, 자신들이 올때 그렇게 하겠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셨습니다.

저는 연신 감사드린다고 하고 길을 나서는데 그분들이 물어보셨습니다. "근데 저기 사시는 분이랑 무슨관계에요?"

저는 "아, 돌아가신분이랑 채무관계입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차를 타고 길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러한 적은 처음이라 솔직하게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고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무슨 큰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런 일을 맘대로 벌이냐고 호통치시면서도, 할머니에게 그렇게 대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칭찬하시더군요. 그리고 나서 일단 주소랑 계약서 등등을 보내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부모님 말씀대로 이렇게 다 보냈습니다.

그리고 며칠뒤 부모님께서 "OO아, 그런데 그사람 죽은거 확실하니?"라고 하셔서 경찰서가서 돌아가신 분을 사기로 신고했습니다. 원래 죽은 사람은 신고가 불가능합니다만, 제가 사망 확인서를 본 것도 아니고, 당연히 저에게 통보가 된 것도 없기에 가능하더군요.

형사님이 "근데 이거 공소권 없음으로 나중에 통보 갈꺼니까 그거 나중에 첨부해서 민사소송 하세요."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그분이 사망으로 인해서 공소권 없음이 우편으로 통지되더군요.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부모님이 "OO아, 근데 보통 사람이 죽으면 빚은 못받는다고 보면 되, 그러니 맘 편하게 가지고 있어라."

라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몇주뒤 부모님이 전화가 오셔서 "OO아, 그런데 거기에 할머니 계신다고 했잖니, 지금 그 집에는 저당이 너무 많이 잡혀서, 우리가 받을 수 있는 돈은 없단다. 다만, 경매 절차로 집이 넘어가게 되면 할머니께서 집에서 쫓겨나게 되시니, 우리가 일단 거기에 채권을 걸어두고 경매를 통해서 부동산 낙찰을 받은 뒤, 할머니가 돌아가실때까지 거기서 살게 하자."라고 하셔서 저는 알겠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현 상황은 부동산에 채권만 걸어두고 경매가 개시될때까지 기다리는 중이고요.

제 두번째 집은 다른 인테리어 업자한테 맡겨서 3000만원에 리모델링을 했습니다.

언제까지고 허름한 집으로 놔둘수 없어서 그랬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인테리어를 통한 리모델링으로 임대업을 하지 않으려고 결심한게, 그 다른 인테리어 업자도 제가 잔금 치르자마자, 폐업 및 폰 다 폐지시키고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어이가 없더군요.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작은일에 너무 신경쓰지 마라십니다. 어차피 리모델링도 다 된 상황이고... A.S는... 다행히 서울보증보험에 하자보증은 가입해서 10%정도는 커버칠수 있더군요.

그 할머니는 연락이 없으셔서 제가 1월 1일이랑 설날에만 안부 인사차 연락을 드렸네요.

아주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하시고요.

※ 설날 인사는 제사가 없으니 일부러 하였습니다. 아마도 지금 폐업하신 2번째 인테리어 업자분은 이거 보시면 바로 저인거 아실겁니다. 이거 보시면 연락이라도 주세요. 뭐라 안할게요. 서울 보증보험에서도 작정하시고 잠수타신거 같다고 하는데, 너무 상도덕 없으신거 아님니까. 저 그런 앞뒤 꽉 막힌 사람 아니니 연락만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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