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의 술고래 요리사..프란체스카여사 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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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나를 애먹이는 [술고래]였던 경무대의 요리사 양학준노인을 늘 두둔해 주었다. 대통령이 요리사 양노인을 감싸주는데는 사연이 있었다.
나이는 대통령보다 몇살 아래였다. 일찌기 자식하나를 두고 상처한 뒤 자식마저 살림을 차려나가자 외로운 처지가 되었다. 대통령은 늘 쓸쓸해 보이는 양노인을 감싸고 돌았고 6.25동란 중 피난갈때도 가정부 대신 양노인을 데리고 갔었다. 그는 얼굴생김이나 풍채, 희끗희끗한 머리가 대통령과 비슷한데가 있었다.
임시 관저에서 피난살이 할 때 미8군에서 고기류와 빵을 보내오고 시민들이 대통령을 위해 지게에다 감자.옥수수.달걀.닭 등을 지고 와서 두고 간 적이 있었다. 대통령은 이런 음식이 생기면 전방의 병사들과 신병훈련소의 배고픈 아들들을 생각했다. 대통령은 양노인을 불렀다.
[자네 나하고 같이 수고좀 해주어야겠어. 저 음식을 가지고 가서 자네의 훌륭한 요리솜씨로 우리 애들을 즐겁게 해주어야 겠네] 신병훈련소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와서 특식을 제공한다는 연락을 받고 군악대까지 대기시켰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양노인이 음식을 먼저 챙기기 위해 발판을 내려섰다.
군악대는 환영연주를 시작했다. 양노인을 대통령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양노인은 당황해서 [나는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두 손을 내저었다. 군악대는 대통령이 환영연주에 답하는 줄 알고 더 신이나서 나팔을 불어댔다. 이 헤프닝이 있고 난뒤 [자네는 음식대통령이야, 내 시찰때 함께가서 애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면 군악대가 먼저 환영할 사람은 자네일쎄]하고 말하면서 대통령은 양노인을 수시로 데리고 다녔다.
대통령과 달리 나는 양노인이 별로 탐탁치 않았다. 그는 나를 [깍쟁이 사모님]이라고 했고 모든 면에서 절제하고 아끼는 경무대에서 술을 자주 마셨다. 평소엔 조용했지만 술만 마시면 주벽이 있어서 밤늦게 주방으로 직원들을 모아들여 냉장고의 식료품을 꺼내어 자기 마음대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주었다. 나는 무척 신경이 쓰였다.
어느집 주부든지 이런 기분은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느날 밤 11시가 다 되어 주방에서 떠드는 소리가 나서 가보니 양씨가 술에 취해 [자선파티]를 열고 있었다. [소금 조금] [간장 조금] 하고 내 흉내를 내면서 웃는 소리가 났다. 가정부가 걱정이 되는지 [대통령사모님에게 들키면 어떡하려고 이러세요]하자 [내 빽이 대통령인데 <깍쟁이 사모님이 어쩌겠어>]하며 큰 소리를 쳤다.
나는 깍쟁이란 말을 듣기는 했지만 무슨 뜻인지 그때까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나는 대통령에게 양씨가 나더러 깍쟁이라는데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살림 잘하는 알뜰한 부인네를 칭찬하는 말]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나는 그말이 좋은 뜻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우리는 식사전엔 꼭 기도를 올렸고 성경책은 식탁옆 찬장서랍에 넣어 두었다. 한번은 술에 취한 양씨가 그 성경책을 베고 코를 골다 나에게 들켰다. 나는 대통령을 모시고 와서 보여주었다. 남편은 상보를 접어 베개를 만들어 양씨에게 받쳐주고 성경을 빼내며 [참좋은 사람이야. 술을 마시고도 성경을 보더라니]하며 빙긋이 웃었다. 대통령과 요리사가 아닌 노인네끼리의 따듯한 우정을 그 순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요약
이승만 대통령 요리사가 술고래에다 프란체스카 여사뒷담을 해서 프여사가 졸라 싫어함
어느날 술에취해성경책을 베고 자는 요리사를 보고 혼내줄 기회라 생각한 프여사는 이승만을 데리고 와서 그모습을 보여줌
이승만은 '참좋은 사람이야. 술을 마시고도 성경을 보더라니' 하며 두둔해줌
위 내용 말고 밤새 술먹은 요리사 양노인이 해장 하려고 아침 일찍 북어국을 끓이는데
이승만이 냄새 맡고 내려와서 같이 북어국 먹었다는 프여사 수기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