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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죽을 때 그 소리가 구슬프고, 사람은 죽을 때 그 말이 아름답다고 한다.

대장 곳곳이 염증으로 곯아 터져서 피가 흘러나온지 한달이 지났다.


의사가 말하길 수술은 힘들다고 한다. 전부 들어내고 남은 생을 창자없이 연명하듯 버텨야 하는데, 곧 결혼식을 앞둔 젊은 환자에게는 도저히 해줄 수가 없는 수술이란다.


다른 사람의 피를 끌어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 처치를 하며 신께 간절히 기도하라는 말을 하는 의사의 얼굴에 나타난 좌절과 슬픔이 내 아픔보다 오히려 더 측은하게 느껴진다.


2008년 발병 후 16년 간 처절히 이 병과 싸워왔지만 몸이 전과는 많이 다르다. 마지막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현장직에 근무하는 특성상 일터에서 큰 일을 내는게 더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 직장에 진단서를 내고 60일의 병가를 구했다.


주변에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하지 못했던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삶을 돌아보는데 엄마에게 너무 미안하다. 아픈 자식을 두고 지켜보는 것 만큼 큰 불효가 없는데 이 죄를 어떻게 다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 순간 내가 가장 보고싶은 사람은 아내이다. 아내 생각만 하면 가슴에 한이 맺힌다. 나와의 인연이 끝나면 꼭 명이 길고 건강한 사람을 만나 평생을 해로하길 바란다.


우리가 한국에서 같이 산 시간은 1년이 조금 넘는 짧은 시간이었는데 아내가 결혼비자를 받기 위해 태국으로 떠난뒤 아내없는 하루는 1년과도 같이 길게 느껴진다.


마지막에 아내 얼굴도 보지 못하고 혼자 숨이 멎을까봐 너무 두렵다.


아내가 우리대사관에 결혼비자를 신청한지 벌써 3개월 차에 들었다. 대사관 직원은 빨라도 4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이제 1개월 정도 더 기다리면 될 것 같은데 오래도록 기다렸으니 남은 시간 조금만 더 몸이 버텨주길 바랄 뿐이다.


슬픔도 원망도 눌러 삭히고 부디 아내 얼굴을 볼 수 있는 날까지 마지막 있는 힘까지 다해 병과 투쟁할 것이다.


나도 다른 사람처럼 평범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글이 遺言이 아닌 愈言이 되길 마음에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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